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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산은 왜 할까?
    Notes/Retrospect 2021. 3. 22. 20:47

     

     저번 주 일요일에는 산에 올랐습니다. 흔들바위로 유명한 설악의 울산바위 루트를 탔죠. 여행을 함께하는 형이 등산을 좋아하고, 생각 정리가 필요하다 하여 이틀 차 새벽에 차를 몰고 출발했어요. 등산이 취미인지라 여러 산을 다녀왔던 형과 달리 아버지께서 등산을 가자는 제안도 쉽게 거절해버리고 마는 저는 약간의 두려움과 기대를 안고 있었습니다. 형이 챙겨 온 보온병에 끓인 물을 받아 들고, 편의점에도 들려 정상에서 먹을 컵라면과 김밥도 구매했습니다. 이때는 먹을 생각에 더 설레더라고요. 주차를 마치고 등산을 시작하니 다른 등산객은 보이지 않고 저와 형만 산을 오르고 있었어요. 사실 형의 계획은 설악산 최정상인 대청봉을 오르는, 왕복 8시간짜리 코스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전날 찾아본 등반 허용 루트에 폭설의 여파로 울산바위 루트가 유일하게 등반 가능한 루트였네요.

     

    설악산 탐방안내도와 등반 도중 촬영한 울산바위. 탐방안내도는 갱신된 버전으로 당시에는 울산바위를 제외한 루트 모두 통제 되어있었다.

     

     흔들바위까지는 정말 평탄한 산길이 이어졌습니다. 중간에 돌탑도 쌓고 건물 3층 높이는 족히 넘는 부처님 상을 지나기도 했구요. 저와 형은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하며 함께 살기도 하고 여행도 다녀온 사이예요. 그러다 보니 산을 오르며 그때 당시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시간에 대해 이야기했죠. 그리고 지금은 갈 수 없는 외국 여행에 대한 그리움도 토로했구요. 제가 가져간 액션캠으로 영상을 남기고 형이 가져온 셀카봉으로 사진도 남기며 차곡차곡 앞으로 올랐습니다.

     전날 산을 오르기 전 유튜브로 루트를 예습을 하며 봤던 이미지에는 흔들바위를 지난 후에 경사가 엄청 심해지더라고요. 당시에는 '이건 좀 과장이 심하다'라 서로 이야기했는데 막상 무수히 많은 돌계단을 마주하니 '아 이건 진짜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어제 봤던 이미지가 아른아른거렸어요. 돌 위에 어떻게 철심을 박고 계단을 만들었는지에 대해 감탄을 세 번 정도 하고, 손까지 사용하여 사족보행으로 오르다 보니 어느덧 정상에 다다랐네요. 중간에 흔들바위에서 쉬던 때에 저희를 앞지르고 지나가신 남성분께서 계시는 쪽과 반대의 공간에 자리를 풀고 라면에 물을 부었습니다. 꿈에 그리던 순간. 신라면 작은 컵에는 김이 모락모락! 기다림 끝에 만난 즐거운 시간은 짧았습니다. 하지만 속이 따듯해지면서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올라올 때보다 더 즐거운 몸짓으로 영상을 남기고, 사진을 남기고. 여행 이후에 어떻게 지낼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유튜브에 나와있던 이미지(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H_74v8KN12I)와 정상에서의 식사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은 훨씬 짧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올라갈 때와는 달리 많은 등산객이 열심히 산을 오르고 계셨죠. 별생각 없이 떠났던 등산인데 조금은 가뿐해진 마음으로 시작 지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답니다. (물론 몸은 너덜너덜...) 정상이라는 목적지 하나를 두고 정복하기까지 계속 오르는 걸 등산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르는 과정과 올라서 그리고 내려오면서 남겼던 사진과 이야기들도 등산이라 생각해요. 별거 아닌 등산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있지만 이렇게 글로 정리를 하니 정말로 등산을 마무리 짓는 느낌이 드네요. 다시 자의로 산을 오르는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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